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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25일 금요일

몽타주 이론에 따라 '마더'와 '마루모의 규칙'의 감동을 비교해봅니다.

자세한 것은 위키피디아를 살펴보시면 되겠습니다.
절대 범죄자를 식별하기 위해서 목격자의 진술에 따라 그려지는 그 몽타주를 떠올리진 마세요.

무슨 말인지 모르겠죠?
쉽게 설명해서... 교양시간에 배웠던 강사분의 설명을 그대로 옮기면

여기 무표정한 얼굴을 한 사람이 있습니다.
솔직히 마나짱이 감정을 넣지 않은 무표정한 사진을 찾을 수가 없네요. 그런고로 첨부사진은 조금 억지입니다.
이 사진을 전후해서 김이 모락모락거리는 스프를 화면에 보여주면...
'마더'에서 '츠구미'가 좋아하는 '크림소다'
우리는 "아... 저 사람이 배가 고픈가?"하고 생각하게 됩답니다.

그런데 그 사진을 전후해서 다른 사진, 이를테면 비극적인 장면을 보여주면...
'마루모의 규칙' 초반 쌍동이가 각각 숙부와 고모의 집으로 가게되며 헤어지는 장면입니다.
우리는 "아... 저 사람은 지금 슬프겠구나."하고 생각하게 된답니다.

이것이 사진 3장으로 이해하는 '몽타주 이론' 입니다.

설명상 마나짱의 사진을 이용했지만, '마더'나 '마루모의 규칙'을 보며 제 감정이 이입된 대상은 각각 '나오'와 '마루모'였습니다. 그리고 제가 '마루모의 규칙'에 더 감동했었던 것은 그만큼 '마루모'의 상황을 이해하고 동감했다는 것일 테죠.

뜬금없이 몽타주 이론을 꺼내는 이유라면, 지금껏 많은 마나교 신자분들을 만났지만, '카오루열심당'인 저와는 달리 '츠구미당'에 적을 둔 분이 더 많았기 때문입니다. 뭐 '카오루', '츠구미' 공히 '진리의 마나짱'이지만...

제가 왜 마나짱이 출연한 작품 중에 '마더'보다 '마루모의 규칙'을 좋아하는가? 그냥 단순하게 사랑스런 마나짱이 연기한 '마더'의 '츠구미'보다 '마루모의 규칙'의 '카오루'가 더 행복했을테고, 감정이입의 대상이 된 '마더'의 '나오'보다 '마루모의 규칙'의 '마모루'가 덜 불행했기 때문이라는 드라마의 해피엔딩 여부(혹은 정도)로 마무리하기에는 아쉬웠습니다. 나름 고민하여 원인과 결과를 관계지을 수 있다면, 마나짱의 다른 작품에서 크게 감동받지 못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을테고 그로써 마나짱의 작품을 더욱 감동적으로 감상하는 것이 가능할테니까요.
'마루모의 규칙'은 정말 '카오루'도 '마루모'도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죠.
하지만 마더는 어떨까요? 떨어져있다 성인이 된 '츠구미'가 '나오'와 다시 만나는 장면이라니...
혹시 단순히 '마루모의 규칙'을 먼저 본 '각인효과' 때문일까? 알에서 갓 깨어난 병아리도 아니니 '각인효과'를 적용하긴 무리겠고...
아 치킨라멘 입에 넣어보기도 전에 광고모델이 바뀌었다니... 마나짱을 늦게 알게되어 놓친 것이 너무 많네요.
억지스럽게 이를 적용한다면 다른 유명한 원리에 따라 마나짱을 보면 절로 감동의 눈물을 솟아나야겠죠. 네 '파블로프의 개' 말입니다. 그간 마나짱이 출연하는 작품을 보며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던가! 하지만 작품 속 마나짱을 본다고 우리가 무작정 눈물을 흘리진 않습니다. 다만 마음껏 감정을 정화시킬 채비를 하죠. 그리고 실제로 마나짱을 만나게되면 오체투지할 것 같습니다. 사실 '각인효과'나 '파블로브의 개'를 인간 감정과는 관련없는 내용이죠.

그 때 번뜩 떠오른 것이 '영화의 이해'라는 2학점 교양시간에 졸린 눈을 비비며 들었던 '몽타주 이론'입니다.

그리고 '마더'와 '마루모의 규칙'을 회상하며 비교해봤습니다.

'마루모의 규칙'에서는 캐릭터의 현재 감정상태를 지시하는 힌트(주로 회상)가 친절하게 등장합니다. 기억나시나요? 감정을 고조시키는 순간마다 클로즈업된 '마루모'의 얼굴과 '회상'이 겹쳐지는 것을? 이를통해 '마루모'의 감정선을 잘 따라갈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마더'의 경우에는 '마루모의 규칙'처럼 친절하지는 않습니다. '회상'씬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극중 인물에 감정을 이입시키며 이를 고조시키는 장면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았죠. 오직 배우의 절제된 연기력과 분위기로 그걸 전달하죠. 풀어말하면 '마더'를 감상하며 '나오'에 감정이입하지 못했다면, 감정이입의 대상으로 다른 이를 선택했다거나, 극에 집중하지 않았기 때문일 겁니다. 만약 극에 집중했음에도 공감하지 못했다면 그것 이해력 부족 아니... '문화의 차이' 때문이라 위로해 드립니다.
설마 감정이입의 대상이 때려죽일 바로 이 사람은 아니겠죠?
여기서 '마루모의 규칙'에서 '마루모'역을 담당한 '아베 사다오'씨의 연기와 '마더'에서 '나오'를 연기했던 분의 연기력을 비교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두 분 다 훌륭하게 배역을 소화했지만 극중 캐릭터와 시청자간 감정이입을 연출하는 친절함에서 차이가 존재했고 그로인해 '마더'와 '마루모의 규칙'에서 느끼는 각자의 감동을 달리하여 그 결과 '카오루당'과 '츠구미당'으로 구분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극중 배역에 대한 감정이입의 정도로 '마더'와 '마루모의 규칙' 사이의 선호를 가름하는 원인으로 여길 때,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는 능력이 결핍되었다면 극의 이해 여부를 떠나 당연히 극중 배역에 대한 공감도 어려웠을테니 이로써 당적의 구분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조금 과장되게 말해서) 태어나서 지금껏 '외롭다'는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는 터라... 어떤 감정 상의 결핍을 가지고 있을 지도 모를 제게 있어 친절하지 못한 방식의 '마더'의 연출 방식은 '나오'의 감정선을 따라가기 힘들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반면 '마루모의 규칙'은 (시청자들의 망각주기를 너무 짧게 잡았고) 지나치게 친절한 정도였죠. 마치 감동으로 가는 길을 안내해주는 친절한 네비게이션과 함께 했다고나 할까요?

아마 제가 '마루모의 규칙'을 더 좋아하는 이면에는 이런 사실이 숨어있지 않나 싶습니다. 혹시 이 글을 보는 여러분이 '마더'보다 '마루모의 규칙'에 더 감동받으셨다면 지금껏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느껴본 적이 얼마나 있는지 궁금하군요. 단순히 가설검증 차원에서입니다.

이제는 이를 바탕으로 큰 감동을 느끼지 못했던 다른 작품을 제대로 감상할 방법을 생각해 봐야겠습니다.